성경의 영웅족보와 창조론 연구를 보면서
이 주제는 창세기를 공부하면서 가끔 진지하게 고민해보던 주제이다.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아벨의 죽음 이후 쫓겨난 가인이 아내를 맞이하는 부분, 노아의 홍수와 족보의 나이에 대한 계산 등 진지하게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 고민해본 주제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어셔 주교는 구약의 맛소라 사본의 족보를 근거로 천지창조는 주전 4004년, 노아의 홍수는 주전 2348년에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사마리아 오경은 주전 2998년, 요세푸스는 주전 3146년, 70인역(Septuagint)에서는 주전 3246년을 각각 노아 홍수의 연대로 잡고 있다. 그런데 미국창조과학연구소(ICR)에서 알스마 박사가 탄소연대측정실험을 통해 나무의 나이테분석을 한 결과를 보면 주전 12000년으로 노아의 홍수를 추정한다. 이 결과는 노아의 홍수가 제4기 홍적세 최후의 빙하 홍수시기와 일치한다. 이런 차이와 간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은 먼저 성경의 족보기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눅 3장, 마 1장, 창 5, 10-12장, 대상 1-10장 등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보면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히브리인들이 자신들이 아주 중요시 여기는 족보를 기록하면서 이를 기계적으로 기록하기 보다는 필요와 목적에 따라 의도적으로 한 세대 혹은 여러 세대들을 생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태복음은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의 족보를 42대로 잡고 있지만 누가는 아담으로부터 예수님에 이르는 총 75대를 기록하며서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도 55대로 기록하고 있다. 왕으로서의 예수님을 소개하고자 했던 마태는 예수님의 왕통을 강조하기 위해서 누가가 기록하지 않은 다윗으로부터 솔로몬, 르호보암을 거쳐 남쪽 유대의 여러 왕들의 이름을 열거하고 있는 반면에 예수님의 인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누가는 다윗까지는 동일하지만 다윗 이후는 구약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인물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영웅족보의 관점에서 보면 족보 기록이 매우 선택적이며, 이 결과로 성경 기자에 따라 족보의 대수가 달라지게 되고, 성경 기자들뿐 아니라 성경의 사본들마다 족보도 제각각 다르며, 족보에서 동일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발음을 조금씩 다르게 표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성경의 족보는 필요한 사람들, 특히 기록자가 생각할 때 의미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만을 선별해서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질학적 연구와 비교해 볼 때 신생대 제3기에는 중생대의 온난한 기후가 지속되다가 제3기 후반부터 추워지기 시작하여 제4기에는 4번의 빙하기와 3번의 간빙기가 있었다고 본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해수면은 약 100-130m 정도의 차이를 나타냈으며, 홍적세 후기에 대규모의 전 지구적 홍수가 있었다는 증거들이 있다. 이 홍적세 말기가 12000년임으로 노아의 홍수의 연대(4400년)과의 불일치가 있는데 이것을 영웅족보로 해석하면 큰 무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선아담인류론(Pre-Adamites Hypothesis)도 해결된다. 아담 이전에도 사람이 있었다는 이 이론은 최근 영국의 복음주의자 죤 스토트가 주장하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크로마뇽인이나 네안데르탈인 등의 현생 인류가 3-10만년 전에 살았다고 추정되기에 이 객관적인 과학적인 사실을 부인하던지 아니면 노아의 홍수를 부정해야 하는 난처한 지점에 위치하기에 이런 주장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생인류들의 유골에 대한 연대측정을 인정하면서 선아담인류론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는 성경의 족보가 영웅족보로 이루어져 있음을 받아들이면 된다. 또한 영웅족보설은 성경의 몇몇 난제들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많은 성경의 족보가 성경기자의 목적에 따라 선택적이라는 사실은 대수 기록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대에 속한 사람들이라도 구속사적 측면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생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담과 하와가 가인과 아벨과 셋만을 낳은 것이 아니다. 비록 성경은 이 세 사람만을 언급하지만 창 5:4을 보면 “아담은 셋을 낳은 후 팔백 년을 지내며 자녀들을 낳았으며” 이외에 많은 아들과 딸들을 낳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창 4:1을 보면 가인과 아벨이 아담의 장남과 차남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성경에서 아담이 자녀를 생산한 나이를 기록한 것은 셋을 낳았을 때 130세뿐이다.(창 5:3)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셨을 때 그를 몇 살의 성인으로 만들었을까? 만약 70세의 어른으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 이후 60년이 지난 것이고, 70세에 태어나서 130년이 지난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맞다면 셋을 낳기까지 130년 동안 아담과 하와는 60명 이상의 자녀들을 생산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셋을 낳을 때 이미 손자나 증손자를 둔 적어도 500명 이상의 대가족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담에게 가인 이전에 이미 다른 자녀들이 많았다고 보면 가인이 아벨을 죽이고 하나님 앞에서 쫓겨날 때 두려워했던(창 4:14) 이유나 가인이 아내를 어디서 구했을까(창 4:17) 등 성경의 난제들을 설명할 수 있다.
- 프라이드를 탄 돈키호테 중에서(양승훈, SFC)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4-5장) (0) | 2013.03.31 |
---|---|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레슬리 뉴비긴) (0) | 2013.03.29 |
지성에서 영성으로 (0) | 2013.01.03 |
과학적 사실과 성경적 진리와의 관계(프라이드를 탄 돈키호테 중에서) (2) | 2012.12.07 |
"다중격변창조론"을 읽고 (0) | 2012.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