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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소비트렌드 전망

COWBOY HERO

1. Coming of 'V-nomics' (브이노믹스) 

2. Omni-layered Homes (레이어드 홈)

3.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자본주의 키즈)

4. Best We Pivot (거침없이 피보팅)

5. On This Rollercoaster Life (롤코 라이프)

6. Your Daily Sporty Life (#오하운: 오늘 하루 운동)

7. Heading to the Resell Fever (N차신상)

8. 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CX 유니버스)

9. Real Me : Searching for My Own Label (레이블링 게임)

10. 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휴먼터치)

 

 

1. Coming of 'V-nomics' (브이노믹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만나고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상상했던 그런 세상이 지금 우리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팬데믹은 항상 미래를 앞당겼던 전력이 있다. 변화는 이미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사회적 대변혁은 그 진행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경제와 소비의 변화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본서의 첫 키워드인 브이노믹스(V-nomics)는 바이러스의 V에서 출발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브이노믹스는 다음 네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⓵ 경기의 반등, 즉 'V자 회복'은 가능할 것인가? ⓶ 코로나로 가속화된 '언택트'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variation)할 것인가? ⓷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들의 가치(value)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⓸ 브이노믹스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에겐 어떤 비전(vision)이 필요한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늘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에 위치하지만,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음과 같이 준비하고자 한다. ⓵ 향후 경기 회복의 양상은 전반적으로 K자형 양극화를 보이겠지만 업종별로 V, U, W, S, 역V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⓶ '언택트' 트렌드는 대면, 비대면, 혼합의 황금비율을 찾아갈 것인데 조직 관리에서는 '성과 위주의 KPI', 교육에서는 '블렌디드, 플립 러닝', 유통에서는 '고객경험' 극대화가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⓷ 소비자들의 가치는 안정적인 브랜드와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으로 옮겨가고 친환경과 본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질적 변화를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각해져가는 코로나 양극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공동체 의식의 회복, 정부 역할의 균형 회복, 각 조직의 변화대응역량이 중요하다. 흑사병이 중세를 끝내고 르네상스를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됐듯, 이 세계적인 희생이 진정한 21세기의 르네상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분명한 비전과 용기있는 트렌드 대응 능력이 절실하다.

- 재택근무로 인한 화상회의 플랫폼의 등장(Zoom, Webex, Google meet…)

- 비대면 수업,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 이후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두가지 아상의 학습 방법이 지니는 장점을 결합하여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학습 형태)을 진화될 것임 하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인간적인 접촉의 상실, 나홀로 학습에 대한 두려움, 이로 인한 동기 유발 저하등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 인간은 질병 앞에 평등하지만 질병에 노출될 확률은 평등하지 않다. 과정, 결과 모든 측면에서 사회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라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이 새로운 변화를 앞당기며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적응하거나 죽거나(Die or adapt)

- 우리는 각자 언택트 시대속에서 대면과 비대면의 황금비율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성과가 측정 용이한 직무의 경우에는 재택의 비중이 커질 수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사역의 경우에는 고민이 많다.  

2. Omni-layered Homes (레이어드 홈)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정형적이고 고정된 공간, 집이 변화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사실 '집과 동네'는 지나 10여년간 꾸준히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트렌드였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전 국민이 오랜 시간 집에 머무르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 결과 마치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어 멋을 부리는 '레이어드 룩(layered look)' 패션이나, 이미지 프로그램 '포토샵'에서 이미지의 층을 의미하는 '레이어(layer)'처럼 , 집이 기존의 기본 기능 위에 새로운 층위의 기능을 덧대면서 무궁무진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집의 기능이 다층적으로 형성된다는 의미에서 '레이어드 홈'이라는 트렌드를 제안한다.

최근의 집이 보여주는 층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본 레이어(Basic layer)는 기존에도 수행해왔던 기능을 심화하는 층이다. 둘째, 응용 레이어(Additional layer)는 그동안 집에서는 별로 하지 않던 일을 집에서 해결하는 층이다. 셋째, 확장 레이어(Expanding layer)는 집의 기능이 집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집 근처, 인근 동네로 확장되며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기본 레이어에서는 집의 기본적인 기능이 강화되면서 위생 가전, 가구, 인테리어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고 호텔 아이템이나 로봇 등을 활용해 프리미엄화하고 있으며, 응용 레이어에서는 집에서 학습, 근무, 쇼핑, 취미, 관람, 운동 등의 전에 없던 활동을 수행하면서 다기능화되는 집의 모습을 보여준다. 확장 레이어는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집 근처, '슬세권'으로 경제활동의 영역이 넓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 사태는 공간의 미래를 앞당겼다. 환금성 높은 자산으로서 욕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하우스'의 의미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재정의 되는 '홈'으로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어드 홈 트렌드는 2021년의 대한민국을 넘어 미래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생각이 변하면 미래도 변한다. 단언컨대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요람은 집이 될 것이다.

- 구해줘 홈즈, 집사의 선택, 신박한 정리, 나의 판타집등 다양한 집과 관련된 프로그램

- 서양은 목적성에 따라 방이 분리된 반면 동양은 사람에 따라 방이 나뉘었다. 코로나를 겪으며 이제 집은 목적에 의해서도, 사람에 의해서도 아닌 새로운 '다기능성'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 공간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개방된 공간에 있는 것이 좋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동선이 자유로워야 한다. 앞으로의 집은 이 모든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더 가변적으로 변할 것이다. 

- 현재의 집 구조에서는 업무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멀티로 사용할 수 있는 den과 같은 공간이 중요해졌다. 과거 테라스는 확장이 기본이었으나 도리어 테라스형 구조로 복귀하게 될 수도 있겠다. 

 

3.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자본주의 키즈)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광고, 시장, 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하고 자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한 것이다. 어릴 적 월드컵 경기를 보며 축구 선서의 꿈을 키운 차세대 선수들을 '월드컵 키즈'라고 일컫듯이 이 새로운 소비자들을 '자본주의 키즈'라고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키즈가 젊은 세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IMF 경제 위기 이후 차츰 자본주의 논리에 익숙해진 기성세대 또한 경제와 소비에 대한 사고방식이 전과 같지 않다. 결국 자본주의적 어법을 제1언어로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본주의 키즈에 해당한다.

시장의 이윤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자본주의 키즈들은 광고에 관대하며 이를 '이용'할 줄 안다. 이 때문에 PPL 혹은 '앞광고'는 그냥 넘어가지만 협찬을 숨기는 '뒷광고'에는 격렬하게 분노한다. 소비자가 광고를 수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들은 소비를 통해 행복을 구하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구매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이며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이른바 '플렉스(flex)'라고 불리는 과시형 소비를 할 때도 렌트할 것과 구매할 것을 구분하고, 구매를 하더라도 여러 경로를 찾아 최저가로 구매하는 등 나름의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에 매우 적극적이다. 카페에 앉아서 영화 이야기를 하던 커플이 부동산 투자 강의를 함께 듣고 '임장(부동산 현장 답사)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대학생, 군인등도 투자 대열에 합류한다. '돈 밝히면 못쓴다'는 말은 옛말이 됐고, 이제 '돈에 밝지 않으면 정말 '못 쓰게' 된다'는 말이 생활신조가 되고 있다.

경제와 시장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인적 자본'이 되어 경쟁하고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무작정 물질주의적이거나 충동적이지만은 않다. '행복은 충동적으로, 걱정을 계획적으로'할 줄 아는 자본주의 키즈들은 새로운 경제관념으로 무장한 채 브이노믹스와 그 이후를 이끌게 될 것이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도록 포장 박스와 함께 인증하거나 자신이 번 돈이라며 지폐 다발을 흔들며 자랑하는 행동을 플렉스(flex)라고 한다. flex는 원래 구부리다, 근육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90년대 미국의 성공한 래퍼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데 이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플렉스는 부자로 타고난 사람들의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능력의 대가에 대한 인정 욕구 표현이다. 자신의 소비를 통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 드롭(drop)와 래플(raffle)

-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의 등장, 금융의 독립과 조기 은퇴가 목표인 미국의 고학력, 고소득 밀레니얼 세대사이에 유행. 

- 이들은 미래에 대해서는 계획적으로 대비하되, 지금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경험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들의 이러한 치밀한 재무관리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가치관아래서 소확행을 즐기면서도 미래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적응법이다. 

- 시장의 논리에 충실한 자본주의 키즈가 점차 많아지는 현상은 단지 자본주의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어떠한 가치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신호이다. 

- 충동적이면서도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MZ세대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사역에 후원동역자로 초청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역을 통해 플렉스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4. Best We Pivot (거침없이 피보팅)

피보팅(pivoting)이란 원래 '축을 옮기다'는 뜻의 스포츠 용어인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중요한 경제용어가 됐다. 바이러스 확산이나 트렌드 변화로 인해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은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제 피보팅은 단지 위기 상황에서의 방향 수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의 중요한 트렌드로 확장하고 있다. 제품, 전략, 마케팅 등 경영의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그 방향성을 상시적으로 수정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피보팅은 새로운 아이템과 기술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수적인 덕목이지만 극도로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해지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대기업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어떤 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전환을 꾀하는지에 따라 피보팅 전략은 ⓵ 기술, 운영 노하우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핵심역량 피보팅', ⓶ 시설 설비, 공간, 건물 등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 '하드웨어 피보팅', ⓷ 그동안의 사업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소비자 집단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타깃 피보팅', ⓸ 새로운 품목을 기획하고 판매 경로를 변경해 사업 전환의 기회를 모색하는 '세일즈 피보팅',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위기는 부실한 기업을 솎아내는 자본주의의 정리 메커니즘이다.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는 기업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변화하는 행동 양식'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코로나19 위기의 디지털 대변혁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앞둔 지금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주저 없이 피보팅하라. 누가 이 위기의 순간에 승자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피보팅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혁신(innovation)의 일종이다. 

- 많은 기업들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 때문에 자신들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이들이 뒤처지는 이유는 소비자의 바뀌는 행동 양식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파괴의 주범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인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뷰카(VUCA,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시기에는 실험정신에 기반한 상시적 혁신, 피보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나가야 한다. 

- 피보팅은 '비전의 변화가 없는 전략의 변화(A change in strategy without in vision)'이다. 

- 코로나19의 발발은 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구매 행동 변화, 그에 따른 유통혁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킨 것 뿐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의 니즈가 수시로 변하는 '속도의 경제'에서는 변화하는 현실에 신속하게 대응해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제안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핀 후 이에 따라 원래의 계획을 빠르게 수정, 보완하는 가설 검증이 핵심이다. 

- 격변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실패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이다. 

- 급변하는 사역의 환경속에서 우리가 빠르게 포기했어야 하는 영역은 무엇이었을까?(코닥의 사례), 아니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수해야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5. On This Rollercoaster Life (롤코 라이프)

1995년 이후에 출생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세대인 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라이프스타일로 기성세대와 기업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갑자기 뜬 챌린지에 너도나도 몰려들고, 특이한 것에 반응하며 색다름을 즐기는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고 다른 재미로 갈아탄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유행도 금세 식어버린다.

이런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반짝하고 지나가는 짧은 유행에 우르르 몰려가 참여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 즐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놀거리로 넘어가는 모습이 놀이기구를 요리조리 갈아타는 모습과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듯 자신의 삶을 즐기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롤러코스터 라이프', 줄여서 '롤코라이프'라 명명하고 이러한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롤코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놀이기구 앞에 긴 줄이 있으면 더 타고 싶듯 이 젊은 소비자들은 유행하는 이벤트나 챌린지에 자발적으로 합류하고, 롤러코스터의 '예측할 수 없는 속도감'을 즐기듯 상식적인 예측의 밤위를 넘어서는 짧은 변주와 이색적인 협주(컬래버레이션)을 찾으며, 하나의 유행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하차한 후 다음 유행으로 서둘러 갈아탄다.

롤코라이프의 등장은 참여를 중시하고 일상에서의 재미를 찾아다니는 Z세대의 정체성과 흐름을 같이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디지털 역마살'이라도 든 것처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컨텐츠를 이리저리 찾아다닌다. 롤코라이프는 이제 소수 젊은이들의 변덕이 아니라 진지하게 대응해야할 시장의 일반적 변화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고객의 변화에 맞춰나갈 수 있는 '빠른 생애사 전략'을 바탕으로, 오랜기간 공들여 준비한 100% 완벽한 마케팅보다는 미완성일지라도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숏케팅'이 필요해졌다.

아무노래 챌린지, 집콕 탤린지, 이색 콜라보래이션, 드라마의 시즌제(슬기로운 의사생활, 비밀의 숲, 킹덤), 게임의 시즌제, 한정판 마케팅(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리셀로 이어짐

- 솟케팅(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 롤러코스트를 타는듯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세대가 함께 즐길만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가? 

 

6. Your Daily Sporty Life (#오하운: 오늘 하루 운동)

운동 붐이 일고 있다. 등산로에는 형형색색의 레깅스를 차려입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 서핑 등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러닝은 트레인 러닝, 클린 세션 등으로 변주되고, 요가는 플로팅 요가, 명상 요가, 선셋 요가 등으로 분화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히 활동 자체로 끝나지 않고 패션, 인증샷, 챌린지 등으로 이어져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개인의 성장까지 이룬다는 점이다. 나아가 크루나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운동하면서 관계를 확장해나가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운동 열풍은 단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 증진과 면역력 강화에 관심이 커진 결과만은 아니다. 자기 관리에 투철한 MZ(밀레니얼 Z세대)의 세대적 특성, 정체의 시대에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관련 기기 및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일으킨 현상이다. 운동의 일상화는 소비자가 시간을 소비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한다. 무엇보다 운동이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브렌드는 소비자의 여가를 지원하는 내비게이터이자 라이프스타일 점잔을 설계하는 '라이프 액티비티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운동의 일상화는 한국인의 삶의 기준이 성취와 경쟁에서 즐겁고 건강한 가치를 찾는 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경험의 확장 : 수평적 확장(등산이나 골프를 즐기는 연령대가 점차 여려짐), 수직적 확장(다양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익숙했던 종목에 트렌디함을 더함

- 자아의 확장 : 운동을 하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과정에서 나를 표현하고 나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다.(인증샷, 바디프로필, 기록 인증, 100대 명산 챌린지

- 관계의 확장 : 운동은 혼자 하고 싶지는 않지만 깊은 관계는 부담스럽고 같이 뛰고 즐기는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지만 거리는 유지하고 싶은 '따로 또 같이'가 운동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했다. 

- 웰니스 투어리즘(Wellness Tourism) : 여행을 하면서 스파, 요가, 명상, 피트니스, 건강식, 레크리에이션, 교류등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고려한 여행, 지역 자원을 접하며 새로운 자기 발견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행, 긴장을 풀고 건강을 되찾아 새로운 활력을 얻는 여행

-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 마음 챙김, 지금 이 순간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온전히 알아차리는 상태. 

- 우리는 어떤 크루들을 구성할 수 있을까? 운동을 사역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는?(전주대 코사싸)

 

7. Heading to the Resell Fever (N차신상)

중고시장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요즘 중고마켓은 '아나바다 운동'으로 대표되는 이전의 중고거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남이 쓰던 상품'이 아니라, 몇 번째 받아쓰더라도 새것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중고품은 이제 '신상품'과 다름없어졌다. 이러한 현상을 'N차 신상'이라 지칭하고자 한다. '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신상'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트렌드를 표현한 것이다.

N차 신상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안 쓰는 물건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재능을 거래해서 용돈을 버는 식인데, 특히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에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리셀'은 MZ 세대의 새로운 투자 방법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N차 신상의 거래 플랫폼은 소비자의 놀이터다. 마케팅놀이, 댓글놀이는 물론이고 보물찾기의 매력에 빠진 소비자들이 N차 신상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고마켓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로도 기능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뭉치고 취미로 엮이면서 중고시장이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렇게 N차 신상의 판이 커지게 된 원인으로는 구매할 때 처분까지 생각하는 필환경 시대의 도래, 공유에 너그럽고 싫증을 빨리 내는 MZ세대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짠테크와 집콕 소비 증가, 쉽고 안전한 거래 플랫폼의 발달 등을 들 수 있다.

N차 신상 시장이 정착되려면 중고품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와 제도가 보완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중고시장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동시에, 단지 중고거래 플랫폼의 기능을 넘어 커뮤티니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는 중고마켓에 열광하는 소비자의 감성을 끌어안는, 보다 유연한 시도가 필요하다. N차 신상은 이제 더 이상 낡고 오래된 2등 물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 제품보다 N차 신상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소비자들, 이제 시장이 소비자에게 말해야할 차례다.

중고마켓의 급성장은 소비 기준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당근마켓, 에브리타임)

- 포슈머리즘(Fauxsumerism) :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정글을 탐험하듯 온라인 쇼핑몰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좋은 아이템을 찾는 여정자체를 즐기는 소비, 발견형 소비라고 부른다. 

 

8. 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CX 유니버스)

고객이 접하는 상품과 브랜드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넘쳐나는 소비자 정보속에서 고객충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의성을 좇는 소비자를 위해 브랜드를 관리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가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바로 고객경험, 즉 CX(Customer eXperience)의 총체적 관리다. CX가 단편적인 접점 관리에 그치지 않고 마치 마블 유니버스처럼 특정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공유할 때,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이를 'CX 유니버스'라고 부르고자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디지털의 접점을 접하며 살아가는 오늘날, 소비자들은 모든 접점에서 마찰과 번거로움이 없는 매끈한(seamless) 고객경험을 원한다. 특히 체험 마케팅에 익숙한 MZ세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CX의 차별화가 최우선의 시장 경쟁 전략이 되면서, 고객경험을 기획하는 일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CX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⓵ 물 흐르듯 매끈한 심리스 경험을 제공하고, ⓶ 고객의 자발적 데이터 제공 경험을 유도하며, ⓷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CX는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까지 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은 끝나지 않고 되먹임되어 다음 구매 때 다시 시작된다. 이 과정은 반복될 수록 확고해지는데, 이를 'CX 사이클'이라고 한다. 충성 고객이 사라진 시대, CX 사이클은 고객충성이라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팬덤을 만들고 고객이 브랜드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싶다면, 2021년을 CX 고객경험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ble Cinematic Universe, MCU) : 마블이 개봉하는 각 영화들이 하나의 큰 스토리 축에서 진행과정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각각의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 전체를 공유한다.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감정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만족 이상의 것, 그 브랜드가 이끄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CX는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까지 가는 여정이다. 

- CX 유니버스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고객의 애로사항을 제거하고(도미노 피자-피자 추적시스템, 배달의 민족), 두번째 새로운 접점을 추가하고(AR, VR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쇼핑), 세번째 데이터를 곱하는 것(로레알의 고객 맞춤형 화장품, 아마존 고)이다.

- 디드로 효과 : 하나의 물건을 갖게 되면 그 물건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들을 계속해서 구매하게 되는 연쇄 소비현상을 말한다. 

- 고객이 말해주지 않는 애로 사항을 발견하고 본인도 잘 모르는 구매 의사 결정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데이터이다. 

- CX는 능동적이다. 예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고객이 깨닫기 전에 만족시켜야 하는 선행성을 갖고 있다. 충성 고객이 사라진 시대 CX는 고객충성이라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잇는 거위다. 

- 애플빠, 삼성충처럼 팬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세계관은? 팬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반복되는 경험의 축적이 필요한데 우리 공동체는 함께 하는 이들에게 어떤 선한 경험을,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

 

9. Real Me : Searching for My Own Label (레이블링 게임)

나를 꽃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꽃일까? 혹은 색깔이라면, 브랜드라면? 최근 다양한 유형의 자기진단 테스트가 인기다. MBTI, 꼰대레벨, 학과 테스트 등 각종 자기성향 유형화 테스트가 급격히 유행하는 것은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찐' 자아를 찾으려는 현대인의 갈구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한 사람에 대해서도 맥락에 따라 다양한 큐레이션을 실시하는 '초개인화'의 시대에 '나는 누구인가?'는 스스로도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 됐다.

사회적 접촉이 현격히 줄어들며 실존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팬데믹 시대의 현대인이 '내 안의 나', 자기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일컫는 '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제시한다. 이는 자신에게 스스로를 규정하는 딱지를 붙인다는 의미로서 '자기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를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 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화된 노력'을 말한다. 레이블링 게임을 현실의 자아를 확인해줄 뿐 아니라 타인과의 공유와 비교를 통해 '자기정체성 찾기' 놀이로 진화하기도 한다.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일상에서 소비의 즐거움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소비 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 자아란 단지 철학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소비자들은 각종 테스트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자기 유형에 맞춘 소비를 하게 됐다. 과거에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정체성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이런 브랜드를 구매하는 걸 보니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역의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레이블링 게임이 우리 산업에 의미하는 바는 이제 브랜드는 브랜드 정체성과 타깃 고객의 자기특성이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자발적인 정체성의 동일시를 이룰 수 있을 때,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브랜드의 미래는 바로 이 동일시에 달려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등 각각의 자신을 다르게 표현하는 매체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 싶어 하나. 

- 레이블링 게임은 첫번째 계량화하기, 두번째 비유화하기, 세번재 공유하고 확인받기의 과정을 거친다. 

- 우리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을 느끼고 싶어 하지만, 그것을 자기모색으로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객관적 지표 혹은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얻고 싶어 한다. 결국 레이블링 게임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 어려워지면서 데이터, 테스트, 비유 등을 통해 나를 정의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향성의 표현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 다양성이 강조되고 뚜렷한 개성을 요구하는 사회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것이 결국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기의 위치를 찾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레이블링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10. 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휴먼터치)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조명받는 트랜드는 '언택트(untact)' 기술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택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이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휴먼터치(Human touch)'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한 시장에서 소비자가 구매결정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순간인 '진실의 순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휴먼터치다. 진정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휴먼터치를 구현해나가기 위해서는 ⓵ 고객 중심의 공간과 동선 꾸미기, ⓶ 인간적 소통의 강화, ⓷ 기술에 사람의 숨결 불어넣기, ⓸ 내부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 챙김이 중요하다. 장시간 이어지는 온라인 접속 상태는 인간의 연결 강박을 강화시키며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화상회의 시스템도 전에 없던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나만 따돌려질지 모른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 디지털 패러독스에 따른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휴먼터치가 의미하는 바는 인간적인 손길을 기술로 만들거나 기술을 최대한 인간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휴먼터치는 사실 대단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거나 세계적인 큰 기업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는 진정성을 가진 조직이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브이노믹스' 키워드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기본'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불가항력의 역병이 창궐하고, 첨단 기술은 빛의 속도로 앞서나가며, 트렌드는 숨 가쁘게 바뀌는 어려운 시대다. '트렌드 코리아 2021'가 이 변화의 삼각파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그리고 마지막 키워드를 제시해야 한다면 그 답은 하나, 바로 진심이 담긴 인간의 손길이다.

- 자동 응대가 가능하거나 반복적인 일은 AI가 맡고 사람의 역할은 소비자만을 위한 맞춤형 대화를 진행한다.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의 손길, 즉 휴먼 터치에서 나온다. 

- 넷플릭스에는 '태거(tagger)'라는 영상 컨텐츠 분석 전문가들이 있다. 

- 넷플릭스 양자이론(Netflix Quantum Theory) : 양자는 물리학에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넷플릭스는 정확한 추천을 위해 컨텐츠를 그만큼 세분화한 단위로 분석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큐레이션의 탁월성은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극도로 잘게 쪼개내는 사람에게 있다. 

-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지만, 인간이 가진 공감 능력은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고 오롯이 상대의 마음을 수용하고 품는 과정이다.(공감의 힘을 강조-정혜신 박사)

- 골디락스(Goldilocks) 가설 : 숲속에서 길을 잃은 골디락스는 곰의 짐에 들어가 곰이 끓여놓은 세가지 스프중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스프를 먹고 행복해 한다. 이는 과열도 아니고 냉각도 아닌 적정하고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 언택트의 편리함은 극대화시키되 지나치게 남용한다면 골디락스 가설처럼 기술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언택트 기술을 필요한 순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오프라인의 가치를 지혜롭게 접목시킨다면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타벅스의 디지털 플라이휠(Digital Flywheel) : 단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이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게 만들려는 전략을 통칭하는 말이다.  

- 언택트 기술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휴먼터치 기술이다. 결국 우리의 사역의 핵심은 휴먼 터치이다. 개개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격려하는 한마디가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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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1(김난도 외, 미래의 창)

 

 

 

2020년 소비트렌드 회고

 

10 대 키워드 MIGHTY MICE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Goodness and Fairness 페어 플레이어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1.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된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이제 '나 자신(myself)'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 즉 myselves가 됐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다른 정체성으로 소 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도 한 사람이 부계정, 가계정 등 여러 개의 계정 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필요에 따라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현대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원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 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인데, 현대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인간은 페르소나를 통해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주변 세계와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한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개인화된 다매체 사회로 변하면서 페르소나가 중요한 개념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많은 트렌드는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 복수의 가면을 '멀티 페르소나', 즉 '여러 개의 가면'이 라고 부르고자 한다.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인간의 다원성은 확장됐지만 역설적으로 정체성의 기반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다매체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졌다. '라스트 마일‘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 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는 말인데. 최근 유통 업계에서는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접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배송과 관련한 라스트 마일은 물론이고,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의 마지막 접점에 대한 만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객의 마지막 순간의 만족을 최적화하려는 근거리 경제를 '라스트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 명명한다.

라스트핏의 유형으로는 ① 편리한 배송으로 쇼핑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라스트 딜리버리(Last Delivery)', ② 주거지 근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라스트 에어리어(Last Area)', ③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의 편리한 이동을 중시하는 '라스트 모빌리티(Last Mobility)', ④ 배송을 받은 후 포장을 풀며 느끼는 감정을 중요시하는 '라스트 터치(Last Touch)', ⑤ 여행을 갈 때에도 항공편, 숙박, 명승지 관광보다 그곳에서의 액티 비티를 중시하는 '라스트 트립(Last Trip)' 등이 있다.

이제 고객은 상품의 특성이나 브랜드가 주는 가치보다 주관적 효용을 기준으로 구매 의사를 결정한다.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 제품과 소비자가 직접 맞닿는 그 접점에서의 만족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제품 중심의 동어 반복적인 모방과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과 접촉하는 내밀한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마지막 순간을 잡는 자가 시장을 잡을 것이다.

 

3. Goodness and Fairness 페어 플레이어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진다. 직장에서 내 노력의 결과를 팀장님께 돌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아무리 막내라도 자신의 기여는 합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가사 노동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돼야 하고. 학생들은 주관식보다 객관식 시험을, 조별 과제보다 개인 과제를 선호한다. 구매를 할 때도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의 올바른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개인성이 화두인 사회에서 자란 젊은 페어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길 원한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불붙는 불매운동은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이러한 공평성, 선함, 효능감에 대한 열망이 표현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원인을 꼽자면 첫째, 한국 사회의 평등지향성이 높아지며 차별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했지만 저성장 시대의 좌절감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치열한 경쟁이 생활화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셋째,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정보 통신 기술의 영향력으로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페어 플레이어 시대의 효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정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시대, 페어 플레이어 소비자는 구매 행위를 일종의 '화폐투표'로 활용한다. 이에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소비가 불러올 환경과 사회에 대한 영향력까지도 고려해야한다.

 

4.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인터넷에서 음악,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콘텐츠 전송 방식인 '스트리밍'이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유를 중시하는 오너십(ownership) 라이프에서 사용을 중시하는 스트리밍 라이프로의 변화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렌탈이나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지불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추천 받는 구독 멤버십 등 다양한 방식을 포괄한다. 핵심은 물 흐르는 듯한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것이다.

첫째, 거주하는 공간을 스트리밍함으로써 자신의 로망을 실현하고 총체적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한다. 둘째, 전문가의 추천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취미나 여가 활동도 스트리밍한다. 셋째, 빌려서 경험한다. 다양한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 없이,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사용해보는 것이다. 타보고 싶었던 자동차뿐만 아니라 고가의 가방에 가구까지 품목에 제한은 없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욕망은 부풀었는데 충족할 자원은 부족한 세대, 기술의 발전으로 상품 서비스, 공간 경험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은 시대가 그 배경이다. 소유하지 않아 가벼우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의 장면들을 다양하게 채집하고 있는 현대인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의 문법이 필요하다. 소비자와의 관계가 구매로 끝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사용 여정을 유지,  보수, 관리해주는 관계 중심적 접근이 중요하다.

 

5.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초개인화를 추구하고 있다. 각종 센서를 통해 입수한 데이터들 이 소비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상황을 인식하는 데 기여했을 때, 고도화된 개인화 기술이 비로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여 고객의 니즈를 예측해 이에 정확히 맞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초개인화 기술'이라고 한다.

초개인화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하여 패턴을 찾아냄으로써 개개인을 더욱더 세분화된 개인으로 취급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상황에 대 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다. 초개인화 역량은 제품과 서비스의 전체 제조 과정에서 소비자의 데이터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 그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업은 '내 안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나'를 찾아낼 것이다. 고객을 더욱 풍부한 영 역에서 세밀하게 관찰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정보 탐색으로 인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 를 막아주고 다양한 고객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축적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할 AI가 있다 해도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면 기술적 활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때 기술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다. 초개인화 기술을 활용한 성공적인 소비자의 구매 여정 설계가 가능해지려면 소비자 개개인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수준을 넘어 마음을 털어놓고 공감을 쌓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6.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주어진 대안 중에서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내가 직접 투자와 제조과정에 참여해 상품을, 브랜드를, 스타를 키워내고 싶다. 상품의 생애주기 전체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들,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구매하지만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신종소비자들을 일컬어 '팬슈머(fansumer)'라고 명명한다. 그들은 "나에 의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으며, '바이미(by-me)'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한 소비의 패러다임이 이제 경험에서 '관여(engagement)'로 발전하고 있다. 관여에 대한 열기는 선발과 양육, 기획과 제조, 유통과 홍보, 그리고 지지와 비판까지 시장의 과정 전체에 드리워진다. 팬슈머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좋아하고 명분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기업의 제품 개발, MD,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서포터 활동은 물론이고, 연예인 팬슈머들은 기획사의 정책과 연예인의 데뷔 여부에까지 관여한다. 최근에는 SNS 세상의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비판과 지지도 급증하고 있다.

팬슈머의 성장은 산업적, 기술적인 기반이 갖추어진 가운데, 경제의 주축으로 진입하고 있는 밀레니얼과 X세대의 효능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필연적인 결과다. 팬슈머를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연예도 마케팅도 정치도 그리고 비즈니스도 팬슈머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 이제 '고객과 함께'로는 부족하다. '고객에 의해'' 좌우되는 팬슈머의 시장에서 소비자의 열성적인 지지와 참여에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7.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특화해야 살아남는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괜찮은 것보다,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이 더 중요해졌다. 온라인 유통의 발달로 롱테일 경제가 활성화하고 과당 경쟁으로 제품 간의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진 가운데, 소비자의 니즈가 극도로 개인화되면서 표준화된 대중(mass) 시장적 접근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빠른 변화와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기업은 '적자생존'에만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진화의 다음 단계인 '특화생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로지 신데렐라 한 사람에게만 맞았던 유리구두처럼 단 한 사람의 소비자에게 정확히 들어맞는 확실한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타깃팅할 그룹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분되는 초타깃팅을 실시한 후, 각 그룹을 만족시킬 특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화를 위해서는 이처럼 타당하고 정밀한 쪼개기 전략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① 핀셋처럼 '고객의 특성'을 관찰해 특화하고 싶은 마켓을 골라내고, ② 현미경처럼 산재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그중 하나에 초점을 맞추거나, ③ 컴퍼스처럼 지도 위에 동심원을 그려 해당 '지역 상권'의 특성에 집중하고, ④ 낚싯대처럼 자사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역량'에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은 그냥 고객만족이 아니라 '초'고객만족의 시대다. 우리 회사와 제품에 관심 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보다 확실하게 관심 있는 특정 고객에게 올인하는 전략이 더 유효하다. 니치한 것이 리치한 것이 된다. 좁히고, 줄이고, 날을 세워라. 애자일 방법론으로 무장하고 초타깃팅과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엣지를 살린 초정밀 특화 전략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8.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하는 5060세대가 '신중년층'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소비 시장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금이 바로 전성기라는 이들은 '오팔세대'. 오팔세대의 'OPAL'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이며, 동시에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오팔'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뽐내는 다채로운 행보가 모든 색을 담고 있다는 보석 오팔을 닮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매여 있던 직장을 떠난 후에도 사회활동을 접고 은둔하며 한가로이 지내기보다 다양한 직업에 다시 도전하고, 나이 들수록 매 순간이 소중하다며 아직 안 해본 것, 지금까지 못 해본 것을 경험하면서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또한 시간과 공을 들여 젊은이들의 취향과 브랜드를 좇으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취향에 맞고 마음을 알아주는 콘텐츠에 호응하면서 관련 업계를 들썩이게 한다. 오팔세대는 사실 매우 다양하면서도 까다로운 소비자 집단이다. 노인의 어쩔 수 없는 신체적 약점을 고려한 제품 차별화가 아닌, 이전까지의 삶과 동일한 욕구의 연장선상에서 다가가는 방향을 선호한다. 오팔세대에게는 은근하게 배려하는 세심함으로, 세분화된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해야 한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의 행복과 편의를 높이는 상품과 서비스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젊은이들만큼이나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사회의 주축으로 등장하는 오팔세대는 정체된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9.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한 것이다. 구매의 기준이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의 요소가 또 한 번 변화하고 있다. 이제 프리미엄의 기준은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에게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일명 편리미엄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 해야 할 일에 소요되는 절대적 시간을 줄여주거나, ②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덜어주거나, ③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시켜주는 것이다.

편리성이 프리미엄의 요소로 편입되는 배경은 시대적이다.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현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그 시간을 다양한 경험과 자기성장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더구나 옆집이나 친지에게 사소한 부탁도 할 수 없게 된 '약한 연대의 사회'에서는 작은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여러 이유로 소비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고 받아들인다. 일자리는 부족해지는 가운데 구직 청년은 물론이고 은퇴 후의 '가교노동'을 원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이들이 플랫폼화되는 노동시장으로 별 제약 없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편리미엄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 노동자, 플랫폼의 신뢰를 향상시키는 것이 먼저다. 소비자의 사소한 불편함에 집중해 그들의 삶을 프리미엄하게 만들라. 사상 최악의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회는 존재한다.

 

10.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네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라!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 '업글 인간'이 나타났다.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진 자신을 만드는 데 변화의 방점을 찍는다. 나아가 자신을 중요시하는 '미코노미(me-conomy)'의 소비자로서 먼 미래보다 지금 당장, 비일상보다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하는 소확행의 신봉자들이다. 이들에겐 비좁은 성공 관문을 뚫는 스펙 쌓기보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매일 매일의 성장이 중요하다.

일과 삶의 전방위적 성장을 꿈꾸는 업글 인간이 개발중인 영역은 세 가지다. 첫째는 힘들지만 함께해서 즐거운 운동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만드는 몸의 업그레이드다. 둘째는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의 경지를 개척하고 깊이를 더하는 취미의 업그레이드이며, 마지막으로는 다양하게 가공된 지식 섭취를 통해 지적 세계를 확장해가는 지식의 업그레이드를 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업글을 통해 핫한 몸, 딥한 취미, 힙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업글 인간의 자기계발 포인트다.

업글 인간 트렌드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촉발된 '워라밸' 추구의 단기적 사회 변화에 일부 기인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고령화로 인해 인생과 경력 관리의 패러다임이 달라진 결과다. 삶의 질적 변화를 원하는 업글 인간의 등장으로 경험경제가 변화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변화경제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진화를 돕는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가진 저마다의 지향점을 파악하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행복의 무게 추가 이제 재미와 의미 사이의 균형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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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20대 여자, 그들은 누구인가(정한울)

20대 여자 현상은 무엇보다 정치 참여 확대 과정에서 드러난다. 

표 4-1을 보면 최근 대통령 선거 세대별 투표율에서 20대가 현격하게 상승했다. 17대와 비교하면 겨의 30%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대 투표율은 20대 여성이 주도했다. 남성보다 여성이 복지 정책을 선호하고, 군사비 지출을 선호하지 않으며, 리버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표 4-3은 20대 여자들이 20대 남자들에 비해서 진보성향이 더욱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표 4-4를 보면 2009년이후 여성의 대한 진학율이 더욱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성의 학력 수준 상승은 가정 내 위계, 진학, 취업 시장에서의 남성 우위 현상을 약화시키고, 여성 쪽으로 권력 이동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된다. 학력 수준 향상으로 인한 자원의 획득을 통해서 20대 여성들은 투표 참여를 통해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효능감을 기대했고 이를 경험했다. 표 4-3에서 20대 남자는 51.3%, 20대 여자는 58.8%가 투표를 하면 정치가 달라진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20대 여성은 지위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이 성공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는 경쟁 피로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에 피해 여성이 경쟁의 피로도를 더욱 크게 느낀다.(표 4-8) 

사회적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노력-운-부모 배경-재능-학벌-연줄-외모-성별을 꼽았다. 

서회적 성공에 외모와 성별이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 대해서 여성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쟁력과 자원을 갖춘 고학력의 20대 여자 집단은 경제적 지위 상승뿐 아니라 정치적 자신감의 상승을 이끌고, 저학력 20대 집단은 이중의 불평등 압력 속에서 열패감이 집중되고 있다. 젠더간의 차이만이 아니라 같은 성별과 세대 안에서도 자원에 따라서 사회적 성공과 삶의 만족도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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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천관율)

세대론으로는 찾기 어려운 답을 찾기 위해서 25.9%에 해당하는 정체성 집단이 왜 등장했나에 초점을 맞춰보자. 아래 표에서 붉은색에 해당되는 집단이 바로 정체성 집단인데 이들은 여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강한 패배의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반페미니즘 신념형 20대 남자들이 보기에 초중고 교육 과정이나 대학입시, 취업 시험까지는 여성이 더 유능하다고 답하지만 취업후 업무능력에서는 남성이 더 유능하다고 압도적으로 응답한다. 

연애와 결혼에서 여성이 더 이기적이라고 답하는데 이들의 짝짓기 상처지수는 56.5로 압도적을 높다. 

- 짝짓기 상처지수 = 여자가 이기적이라는 응답 - 남자가 이기적이라는 응답

표 3-3-1에서 한팀으로 일했을때 기여한 만큼 차등적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 더 공정하다라고 여기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성별보다는 세대, 남녀 모두 20대에서 차등 보상을 선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취업시 여성할당 정책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반대하는데 이러한 정책은 그들에게 불의와 불공정의 상징이다. 하지만 육아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 보상에 대해서는 64%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아서 덮어놓고 여성 혐오는 아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문제처럼 보이는 것들이 알고 보면 사회구조와 환경의 영향일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고 멍청해서 그렇다’라고 간주하는 데는 섬세함이 필요 없다. 공정성이라는 단일 잣대만 살아남으면 이 경계선이 유난히 가혹해지게 된다. 이러한 ‘맥락이 제거된 공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도 해보고, 상대 입장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상상하는, 앞뒤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표 3-4-1과 2는 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이 경쟁을 선호하면서도 동시에 경쟁이 삶을 피로하게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전사 사회로 중요한 시험사회이다. 대학 입시나 고시등이 경쟁을 고착화시키고 이것에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들은 기성 세대가 자신들의 기회 빼앗아 간다고 여기며 동시에 여성에 대한 우대 정책이 자신들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여기기에 더욱 강력한 정체성 집단으로 뭉친다. 말하자면 이들은 ‘젊은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집단이다. 

20대들은 세대 계약을 믿지 않는다. 내가 낸 국민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여기는데 이는 내가 지불한 만큼 이후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안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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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반페미니즘 전사들의 탄생(천관율)

앞선 조사 결과 ‘권력이 남성을 차별한다는 인식’이 현상의 핵심이다. 20대 남자의 인식 세계에서 남성은 약자다. 능력은 남자가 뛰어나지만 권력이 남성을 차별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앞서 ‘남성 차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표 1-1-2)라고 생각하는 20대 남자는 30.5%인데 반하여 30세 이상 남자는 8.2%에 그친다. 남성 안에서도 22.3%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본 조사의 백미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로 20대 남자들 중에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 25.9%가 어떻게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래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통해 나왔다. 

위 여섯개의 문항중에 1-3번 문항에 대해 전혀 동의 안함, 4-6번 문항에 대해서 매우 동의를 표시한 20대 남자들의 비율이 25.9%에 해당한다. 이들은 -12점에 해당하는 확고한 페미니즘 반대자로 본 주제에서 주목하는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이다. 

 

 

표 2-2-3은 페미니즘 찬반 지수 분포를 나타내는데 -12점의 확고한 반대자가 20대 남자에서는 25.9%. 30대 이상에서는 7.7%에 해당한다. 이는 대부분의 모든 설문에서 젠더와 권력이 결합된 질문에 대해서 30대 이상의 남자들과 20%정도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25.9%는 거의 1/4에 해당되는 규모로 20대 남자들중에 4명중 1명은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견해와 같은 대상들을 쉽게 찾을 수 있기에 서로 같은 의견을 주고 받으며 더욱 강화되게 된다. 강한 반대자의 비율까지 포함하면 58.6%로 10명중 6명과는 반페미니즘적인 대화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규모이다. 반면 예상과는 다르게 +12에 해당하는 집단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20대 남자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이들이 공정성에 유난히 민감하고 불공정에 대해 반대하는 성향이 크며 경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20대 남자만이 가지는 특징은 아니다. ‘경쟁의 결과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질문(표 2-3-1)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은 전체 평균 71.9%인데 20대 남자는 65.1%로 도리어 낮다. 객관식에 대한 질문이나 경쟁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도 평균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공정과 경쟁은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젠더 이슈가 포함되면 그 답변은 달라진다. 

 

 

‘기성세대가 절은 세대의 기회를 빼앗고 있는가, 열어주고 있는가’라는 질문(표 2-4-2)에 대해서 20대 남자는 59.5%가 기회를 빼앗고 있다라고 응답한다. 난민 수용에 대한 질문은 20대 남자와 20대 여자가 공히 다른 세대에 비해서 반대하는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저성장과 기회 축소로 인한 불안이 20대 남자 현상의 토대가 된 것이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하나’, ‘결혼을 하면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 ‘자녀를 가지면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라는 젠더 이슈만으로는 찬반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을 꾸리는 것은 여성에게 더 유리하다’라는 질문에서 젠더 문제와 권력의 문제가 동시에 들어가자 신념형 20대 남자 집단이 곧바로 반응한다. 이들은 여성에게 유리하다라는 응답에 65.2%가 동의한데 반해 그 외 20대 남자 집단은 45.6%, 20대 여자 집단은 10.9%만 동의했다. 신념형 20대 남자는 ‘딸이 더 살기 좋을 세상’(표 2-5-5)이라는데 66.7%가 동의했다. 

 

 

신념형 20대 남자들의 경우에는 당위적인 정답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남녀 소득이 비슷한 사회가 공정하다’라는 질문(표 2-6-1)에 대해서 58.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한국에서 여성의 소득이 낮은 이유는 성차별 때문이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들은 95.7%가 동의하지 않았다. 나아가 지금 시대는 여성 차별보다 남성 차별이 더 심각하다라는 질문에 대해서 순도 100%의 동의를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다른 20대 들이나 30세 이상 남자들의 결과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초중고 교육 과정이나 대학입시, 취업 시험에서는 여성이 더 뛰어나지만 취업후 업무 능력에서는 남성이 더욱 뛰어나다라고 응답한다. 

 

공정, 경쟁, 저성장, 기회 축소라는 토양위에 젠더와 권력이 작동함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라고 여기는 20대 남자들의 정체성은 매우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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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천관율*정한울, 시사IN북)

 

 

 

2017년 11월 26일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한 남성이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고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결국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었다. 정확한 물증 없이도 피해 여성의 증언만으로 징역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을 보면서 20대 남성들은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리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강화해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20대 남녀 간에 대통령 지지율 격차가 20%이상 벌어진 결과를 보였다.(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이러한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 여러 가설들을 세웠지만 본인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겠다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대대적인 설문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2019년 시사인에서 실시한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의 비율이 25.9%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페미니즘에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20대 남성들이 바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에서는 90년생의 특징을 ‘간단, 재미, 정직’으로 표현했다. 정직이라고 표현된 이 특징은 공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중에  25.9%에 해당하는 남자들의 집단은 초⦁중⦁고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에서는 여성들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취업 이후 업무능력과 사회생활에서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더 유능하다고 여긴다. 이 과정에서 취업 시에 여성들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취업시 여성 할당 정책은 불의와 불공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4명중에 1명에 해당하는 20대 남자들의 이러한 반페미니즘 정서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하는 입장에 잇닿아 있고 이는 젊은 남성들이 극우로 편향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본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좀더 자세하고 보도록 하자. 

 

1장.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천관율)

20대 남자 집단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유난히 낮았던 집단이다. 이 현상의 원인과 정체를 고민하던 중 어떠한 가설(보수화 가설, 공정 세대 가설, 시험 공화국 가설, 반페미니즘 가설, 여성 혐오 가설, 세대 갈등 가설)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아서 이를 직접 설문으로 물어보기로 했고 그 여론 조사의 결과가 이것이다. 그래서 2019년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19세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20대 남녀 500명, 그외 연령대의 성인 남녀 500명에게 208개의 질문을 직접 물어본 것이다. 

 

"여성 차별 문제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20대 남자 중 60.8%가 심각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는 30대 이상의 남자들의 응답, 59.8%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큰 차이는 다음 질문에서 드러난다. 

 

“남성 차별 문제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20대 남자는 68.7% 심각하다라고 말한 반면 30세 이상 남자는 35.7%, 20대 여자는 38.6%, 30대 이상 여자는 22.8%만이 심각하다라고 말해서 그 격차는 급격히 벌어진다. 

 

“남녀 간에 취업 기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다수인 반면에 20대 남자들의 경우 공정한 편이다가 45.9%이고 도리어 남성에게 불리하다가 29.2%, 여성에게 불리하다가 16.9%로 역전된다. 마찬가지로 “남녀 간에 승진-승급 기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20대 남자를 제외하고 여성에게 불리하다라고 대답한 반면에 20대 남자들은 공정한 편이다라는 응답이 41.5%에 달하고 남성에게 불리하다라는 응답도 16.8%에 달한다. 

 

연애와 결혼이 ‘여성에게 더 유리한 게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표 1-3-5) 20대 여성은 9.7% 동의한데 반하여 20대 남성은 66.3%가 동의한다. 20대 남자들은 여성에 대해서 보다 결혼 문화, 게임의 규칙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20대 남자 현상의 핵심은 남성이 차별받는다는 인식이고 이 인식이 가장 두드러지게 확인되는 주제는 법 집행의 영역이었다.(표 1-4-1) 20대 여자 30.1%, 30세 이상 여자 30.2%인데 반하여 20대 남자는 여성에게 불리하다가 5.1%인데 반하여 남성에게 불리하다는 비율이 53.6%에 달한다. 이는 30세 이상 남자 26.7%에 비해서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어지는 교육제도(1-4-2), 입시 제도(1-4-3), 재산 분배(1-4-4), 소득 분배(1-4-5)의 항목에 대해서 모두 튀는 결과를 보여준다. 분노의 핵심은 남성 차별이고 이 핵심은 게임의 법칙이 왜곡되어 있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대 남자들의 경우 압도적으로 정부의 양성 평등 정책에 대해서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75.7%에 이른다. 게임의 법칙을 주관하는 권력인 정부에 대해서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서도 나타난다. 20대 여자는 대통령이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32.7%인데 20대 남자는 62.9%이다. 남녀 간 취업 후 업무 능력을 묻는 질문에서 '남성이 대체로 뛰어난 것 같다’라는 항목에 대해서 20대 남자는 43.8%, 20대 여자는 11.6%로 그 간극이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20대 남자들의 주적으로 떠오른 대상은 바로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의 정의를 묻는 질문,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와 기회 부여를 이루려는 운동이다’라는 사전적 정의를 묻는 질문(표 1-7-1)에 대해서도 20대 남자들은 62.3%가 동의안함을 표시했다. ‘페미니즘은 남녀 평등보다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한다’라는 질문(표 1-7-2)에 대해서 20대 남자는 78.9%가 동의했다. 이들은 페미니즘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페미니즘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20대 남자의 ‘마이너리티 정체성’과 페미니즘의 연관성을 옅볼 수 있다.

 

 

복지대 성장, 시장 개방,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을 통해서 20대 남자가 유별나게 보수화되었다는  의견은 들어맞지 않는다. 20대 남자의 여론이 일관되게 유일하고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바로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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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짐 콜린스, 김영사)

 

 

이 책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축약판으로 비영리 조직을 위한 책이다. 영리 조직의 가장 큰 목표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비영리조직의 목표는 이윤 추구가 아니라 조직의 가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매우 다를 것 같지만 그 핵심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한다. 결국 영리 조직이냐 비영리 조직이냐의 차이가 아니라 좋은 조직이냐 위대한 조직이냐의 차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영리 조직의 리더들의 경우 조직원들을 동원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 돈이나 자리가 아니라 비전의 가치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비영리 조직의 리더들이 영리 조직의 리더가 되었을때 더 탁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참고하라. 

 

쟁점 1. 위대함에 대한 정의

  • 위대한 조직은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장기간에 걸쳐 독특한 영향력을 끼치는 조직이다. 영리 조직은 수익을 통해서 평가를 받는다면 비영리 조직은 수익률이 아니라 사명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24

  • 비영리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일관되고 합리적인 방법’을 정한 다음 진척 상황을 엄밀하게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 죠이가, 사역연구소가 추구하는 위대함은 무엇인가? 무엇을 통해서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 독특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쟁점 2. 레벨 5의 리더십

  • 경영 리더십 : 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권한이 리더 개인에게 집중

  • 입법 리더십 : 명목상 최고 관리자라 할지라도, 누구도 매우 중대한 사안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구조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 레벨 5의 리더십은 온화하거나 친절하거나 포용력이 있거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능한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레벨 5 리더십의 핵심은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조직이 장기적으로 위대한 조직으로 도약하고, 여론이나 인기에 구애받지 않고 조직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하는 데 있다. 

  • 따르지 않은 자유가 있는데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경우에만, 진정한 리더십을 말할 수 있는 법이다. (햇님과 바람의 이야기)

 

쟁점 3. 사람이 먼저

  •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는데 집중하라. 

  • “적합한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 일, 바로 거기에서부터 위대함이 시작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 스스로 동기를 찾을 줄 알고 자기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타고난 탓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투지를 가지고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붙잡아 두는데 초점을 맞추라. 

  •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비영리 기관에서는 '사람이 먼저’ 원칙이 더더욱 중요하다. 

  • 기본이 되는 세가지 핵심. 1) 선발 과정이 엄격할 수록 그 자리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2)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어하는 인간의 간절한 열망을 자극한다.(비전 제시), 3) 조직의 사명에 기꺼이 헌신하려는 적합한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엄격한 기준을 통해 적합한, 최고의 사람들을 선발하라. 

 

쟁점 4. 고슴도치 컨셉트

  • ‘고슴도치와 여우’, 여우는 여러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의 복잡한 면면을 두루 살피는 반면, 고슴도치는 모든 것을 한데 모아 안내하는 체계적인 개념이나 기본 원리 하나로 복잡한 세계를 단순화한다. 

  • 다음의 사항이 겹치는 원은 무엇인가? 1) 당신 마음속 깊은 곳에 열정을 품고 있는 일, 2) 당신이 세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3) 당신의 경제 엔진을 최적으로 움직이는 일 

  • 비영리 조직에서는 경제 엔진이 자원 엔진으로 바뀐다. 자원 엔진에는 시간, 돈, 브랜드가 포함된다. 

  • 조직의 고슴도치 콘셉트에서 조직을 멀어지게 만드는 자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규율이 있어야 한다. 

 

쟁점 5. 플라이휠 돌리기

  • 위대함을 잃지 않는 위대한 조직들은 ‘결코 변하지 않아야 할 핵심 가치나 근본 목표’와 ‘변화하는 세상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바꿔야 하는 조직의 운영 방식이나 문화 규범, 비즈니스 전략’을 구분할 줄 안다. 

 

구조적 한계에 대한 강박을 버려라

  •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 : 역경에 처했을 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반면,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낙관하면 무너지고 만다는 ‘희망의 역설’

  •  구조적 한계라는 현실을 냉혹하게 직시하는 동시에 결국에는 우리 조직이 위대한 조직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위대함을 오래 유지하는 조직의 두가지 특징은 1)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와 존재이유, 2) 끊임없이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충동

BHAG(Big Hairy Audacious Goal) 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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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

 

 

 

이 책을 접하게된 계기는 혐오와 배제가 난무하는 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였다. 저자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의 전문가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바로 아픔을 길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세월호 참사, 동성애자들과 트렌스 젠더와 관련된 한국적인 상황에서 사회역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상처나 아픔, 질병, 트라우마는 결코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해서는 안되고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이렇게 나아가기 위해서 현재의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그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지금 이 책을 읽는 시점은 코로나19가 대한민국과 전세계를 강타하여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 시점이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진단을 해내고 있고 부족한 마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는 공적 마스크 제도를 고안해 냈다. 긴급재난문자가 해당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국가재난사태에 해당하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 정부의 이러한 적극적인 대처는 과거의 실패의 경험, 아픔(세월호, 메르스, 사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위험이 상존하는 이 시대 속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더욱 다양하게 연결되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사회역학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 시카고 폭염(1995년) 사태(24),

  • 낙태금지법 시행(1966년)후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일(32)

  • 바커 가설(절약형질가설) : 태아기의 영양 결핍이 성인기 당뇨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것은 태아 입장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임(43)

  • 가난한 몸을 다루던 해부학 지식의 오류(53)

  •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 :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 학교, 직장, 지역사회와 같은 공동체의 특성에서 찾는 연구, ‘원인의 원인’을 탐구하는 연구가 진행을 통해 ‘사회역학’이 탄생함(58-60)

  •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했던 나라와 돈을 다른 곳에서 빌렸던 나라의 결핵 사망률의 변화?,  효율성의 지나친 강조가 공공의료 시스템가 사회안전망을 약화시켰다.(68-70)

  • 전쟁포로보다 더 아팠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88)

  • 스웨덴의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93)

  •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정책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다.”(102)

  • ‘링 위에 올라가는 방법’, 데이터가 없다면 역학자는 링 위에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역학자가 적절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사움이 진행되는 링 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109)

  •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레이온 기계가 일본-한국-중국-북한으로 옮겨짐.(112), 글로벌 기업의 위험의 외주화

  • “한국 사회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한 사람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잔인한 논리로 운영되고 있다.(124)

  •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160)

  •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보상-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176)

  •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189)

  •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216)

  • 제인 엘리엇의 실험, ‘나누어진 교실’ : 초등학교 3학년 백인 아이들 28명을 대상으로 한 차별 실험.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에 대해 더욱 조심할 줄 알았다.(232)

  • 1979년 리사 버크먼, 최초의 코호트 연구 : 사회적으로 연결될 수록 더 오래 산다.(256) / 사회적 관계가 감기 위험을 줄인다.

  • 총기로 무장하면 우리는 안전해질 수 있을까?(269)

  •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란 무엇인가?(281)(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시스템을 믿고 따랐기에 사망한 것이다. 당시 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전주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포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 로세토 마을의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에 대한 연구(288),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로세토 마을이 미국화되기 시작하자 심장병 사망률은 같은 비율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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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이 책의 원제는 “Guns, Germs and Steel”이다. 초고의 부제는 ‘알기 쉬운 인류의 13000년 약사(A Short History of Everybody, for the Last 13000 Years)’였으나 초판을 찍을 때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The Fates of Human Societies)’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연과학자의 시각에서 생태학, 진화생물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고고학을 아우르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이 책 총균쇠는 지난 13,000년 동안 왜 각 대륙마다 서로 다르게 인간의 문화가 복잡하게 생성, 발전해갔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인종적인 우월성, 다시 말해 생물학적, 유전학적인 요인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로 인해서 각 대륙마다 다르게 발전을 이루어 갔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과학 기술의 발달, 중앙 집권적인 정치 제도등의 차이를 먼저 생각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식량 생산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식량 발전, 예를 들어 작물화와 가축화가 가능한 야생 식물과 동물 종은 대륙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포되었고 바로 이것이 가능한 지역에서 식량 생산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나아가 그곳에 살던 거주자들은 총기와 병원균과 금속을 발전시킬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하게 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차이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현대 세계의 불평등의 질문들)

  • 각각 구별되는 민족들의 상호 작용의 역사는 정복, 유행병, 종족 학살 들의 과정을 통해 현대 세계를 형성해 왔다. 

  •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수렵 채집민들의 경우 아이들의 터울이 4년인 반면 농경 민족들의 산아 간격은 2년에 불과하다. 아울러 수렵 채집민 사회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이며 전업 관료나 세습적인 추장이 없는 반면에 식량이 비축 가능한 농경 민족의 경우 정치적 엘리트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남들이 생산한 식량을 거두어 정치적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조세를 통해 잉여 식량이 있으면 전업 전문가(관료나 병사)들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수렵 채집에서 농경으로의 전환의 이유 : 1) 야생 먹거리의 감소, 2) 작물화 가능한 야생 식물의 증가로 이에 대한 보상이 많아짐, 3) 채집, 저장, 가공등 식량 생산에 필요한 각종 기술의 발전, 4) 인구 밀도의 증가 혹은 식량 생산의 증가(식량 생산-정주-인구 증가)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경우 문명의 발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선 인구가 조밀했고 잉여 식량을 비축할 수 있었고 농작물 재배 및 가축 사육의 형태로 시작된 식량 생산 덕분에 농경에 종사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먹여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

  • 이 초승달 지대는 지중해성 기후로 계절별, 연도별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지역으로 종의 다양성과 한해살이 식물의 비율이 높았다. 또한 이 지역은 고도 및 지형 변동이 심해서 수확기가 제각각이었다. 또한 이 지역에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염소, 양, 돼지, 소)가 일찍부터 가축화되었다. 또한 이 지역의 경우 수렵 채집 생활의 경쟁력이 약해서 비교적 쉽게 농경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결혼 생활이 행복해 지려면 수많은 요소(성적 매력, 돈, 자녀교육, 종교, 인척)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 234

  • 가축화의 실패 요인 : 식성, 성장 속도, 감금상태에서 번식시키는 문제, 골치아픈 성격, 겁먹는 버릇, 사회적 구조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는 고기, 유제품, 비료, 육상 운송, 가죽, 군대의 공격용 탈 것, 쟁기를 끄는 힘, 털, 그리고 노출된 적이 없는 민족들을 죽일 수 있는 병원균등을 제공했다. 235

 

농작물의 전파속도는 유라시아의 동서 축(위도)과 관련이 있다. 

 

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 준 사악한 선물

 

식량 생산은 병원균, 문자, 기술,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를 낳았다. 

 

인류 근대사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여러 질병들은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이다. 287

 

과거의 전쟁에서는 반드시 가장 훌륭한 장군이나 무기를 가졌던 군대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 가장 지독한 병원균을 적에게 퍼뜨리는 군대가 승리할 때가 많았다. 288

 

전염병의 공통된 특징 : 1) 감염된 환자로부터 신속하게 전파되어 단기간에 인구 전체가 질병에 노출된다. 2) 급성병이므로 단기간에 죽거나 완치된다. 3) 운좋게 회복되는 사람에게는 항체가 형성된다. 4) 이 질병들은 대체로 인간에게만 발생한다. 

 

동물 친구들의 치명적 선물 : 홍역(소), 결핵(소), 천연두(소), 인플루엔자(돼지, 오리), 백일해(돼지, 개), 열대열말라리아(조류)

 

동물의 질병이 인간의 질병으로 진화하는 4가지 단계 : 1) 동물에게서 직접 전염되는 질병, 2) 동물의 병원체였던 세균이 진화하여 사람들 사이에서도 직접 전염되어 유행병을 일으킴, 3) 동물의 병원체였던 세균이 인간의 병원체로 자리잡았는데 소멸되지 않은 상태, 4) 각종 유행병으로 진화

 

문자의 전파 과정에서 청사진 복사와 아이디어 확산의 역할 327

 

초기의 문자는 정치 제도의 필요(기록 보관이나 왕권 선전)를 위해서 고안되어 주로 중앙 집권적 정치 제도를 갖춘 사회에서 탄생했다. 주로 필경사들은 평민들에 의해 비축된 잉여 식량을 먹고 살던 전업관료로 문자의 진화에 있어서 식량 생산의 발전은 필수적이었다. 

 

기술이란 어느 영웅의 개별적인 행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누적된 행동을 통해 발전하며 대개 어떤 필요를 미리 내다보고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된 이후에 그 용도가 새로 발견된다. 357

 

각 시대마다 발명품 수용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 : 1) 평균 수명, 2) 값싼 노동력, 3) 특허권 보장, 4) 기술 훈련을 받을 기회, 5) 기술 발전에 대한 보상, 6) 개인주의, 7) 모험정신, 8 과학적 사고방식, 9) 다양한 의견을 용납하는 분위기, 10) 종교의 영향, 11) 전쟁, 12)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 13) 혹독한 기후, 14) 환경 자원의 유무 362

 

신기술의 확산 경위 : 평화적 교역, 첩보 활동, 이민, 전쟁

 

각 대륙의 면적, 인구, 확산의 난이도, 식량 생산의 출발 시기등에 따라 대륙간의 기술 발전 격차는 커진다. 

 

무리-부족-추장 사회-국가로의 단계, 

국가 형성에 대한 이론 : 1) 인간사회의 자연스러운 상태(아리스토텔레스), 2) 사회 계약론(장 자크 루소), 3) 관개와 수력관리를 위해 중앙 집권적 관료 체제가 필요

집약적 식량 생산과 사회적 복잡성은 서로 자극하는 관계이다. 식량 생산은 1) 잉여 노동력의 이용(공공 토목 공사), 2) 잉여 식량 비축, 3) 정주형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 문자가 한국과 일본에서 끈질기게 버틴 것은 거의 100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던 동식물의 가축화, 작물화가 20세기에 남겨 좋은 생생한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497

 

아메리카와 유라시아의 식량 생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포유류들은 동물성 단백질(고기와 젖), 털, 가죽등의 중요 공급원이었고 사람과 물자를 운반하는 육상 운송의 주요 수단이었으며 전쟁에 없어서는 안되는 탈 것들을 제공했다. 또한 쟁기를 끌고 분뇨를 생산함으로써 농작물 생산량도 크게 증대시켰다. 526

 

남북 아메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식량 생산을 못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가축화, 작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29

 

정복의 직접적 요인 - 병원균, 기술, 정치 조직, 문자

  • 혼잡한 유라시아 사회에는 전염병이 자주 발생했으므로 많은 유라시아인들이 면역성 또는 유전적 저항력을 갖게 되었다.(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페스트, 결핵, 발진 티푸스, 콜레라, 말라리아) 이런 해로운 병원균의 대륙간 차이는 유용한 가축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530

  • 기술적 측면의 차이 : 금속(구리, 청동, 철)의 사용, 군사 기술(철 무기와 말),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 공급원(소, 말, 당나귀, 수차), 바퀴의 사용, 해상 운송

  • 정치 조직 : 조직화된 국가의 통치

  • 문자 : 문자는 정치적 행정 및 경제적 교환등을 도왔고 탐험 및 정복의 동기를 부여하고 길잡이가 되었다. 

 

남북아메리카가 유라시아에 비해 뒤처진 이유로는 출발이 늦었고, 가축화나 작물화에 적합한 야생 동식물이 적었으며 확산의 장애물이 많았고 인구가 조밀한 지역들이 좁았거나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538

 

아메리카의 남북 축과 달리 유라시아의 주요 축은 동서 방향이므로 위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변화를 겪지 않고도 각종 문물이 확산될 수 있었다. 542

 

야생 동물의 가축화를 위해서는 충분히 온순해야 하고, 사람에게 복종해야 하고, 먹이가 저렴해야 하고, 질병에 면역성이 있어야 하고, 성장이 빨라야 하고, 감금상태에서도 잘 번식해야 한다.(소, 양, 염소, 말, 돼지) 588

 

과학으로서의 인류사의 미래

인간 사회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

  1. 가축화, 작물화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간 차이

  2. 확산과 이동의 속도 차이 : 유라시아는 주요축이 동서 방향으로 가축과 농산물은 기후의 영향을 받아 위도가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기술이 변형을 거치지 않고 전달 가능했다.

  3. 대륙 내부에서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에 비해 더 많이 고립되어 확산이 어려웠다. 

  4.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 :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곧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도 많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고,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도 많다는 뜻이다. 

 

 

중국은 식량 생산에 있어서도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맞먹을 만큼 일찍 시작되었고 방대한 영토와 많은 인구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뿐 아니라 주철,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등의 주요 기술의 발전과 일원화된 정치 체계, 항해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유럽을 식민지화하는데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1405-1433년 사이 일곱차례 보물선 선단이 중국을 떠나 전세계를 누볐는데 중국 조정의 정치적인 권력 투쟁(환관과 그 반대파)으로 인해 선단 파견이 중지되었다. 602

 

유럽의 분열이 도리어 중국의 통일이 빚어낸 결과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정을 위해서 프랑스, 포르투칼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스페인의 국왕과 왕비만이 허락했고 이에 대한 성공으로 유럽이 아메리카의 식민지화에 뛰어들었다. 만약 당시 유럽이 중국과 같이 통일되어 있었다면 원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603

 

중국이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통일되어 있다라는 사실은 처음에는 여러 기술이 확산되는 이점으로 작용했지만 이후에 어느 폭군의 결정으로 당장 혁신이 중단되었기에 이는 매우 심각한 약점이 되었다. 반면에 유럽은 통일된 적이 없고 유럽 전역을 하나로 통일하거나 차단시킬 수 있는 폭군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연결성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은 곳에서 기술은 가장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608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며 개인적 특이성도 역사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한 요소이다. 

 

  •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4개의 상반된 이론 : 1) BC 20,000년 전 빙하기에 유입, 2) 유목을 하던 기마 민족이 AD 4세기경 일본을 정복, 3) BC 400년을 전후에 한국에서 벼농사와 함께 이주, 4) 위 세가지의 혼합

 

12000년전 큐슈에서 토기를 발명한 조몬인, 이후 BC 400년경 한반도로부터 도래한 새로운 생활양식과 사람들은 조몬인을 대체한 것인가 아니면 일본 원주민이 그대로 일본 사회를 지배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습득한 것인가? 이를 통해 야요이 농경 문화가 발전하였다. 644

 

  • 총균쇠 이후의 논쟁들

  1. 머스킷 전쟁(포테이토 전쟁) : 1800년대 초 유럽인들이 뉴질랜드 북단의 마오리족들에게 머스킷 소총을 전해주었고 이들은 그 소총을 가지지 못한 다른 부족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서 원거리 습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감자도 함께 전해졌다. 이는 총기나 병원균, 금속과 같은 이점을 가진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새 기술을 공유하게 될 때까지 희생시키면서 확산시킨다. 

2. 왜 중국이 세계를 정복하지 못했는가? 중국의 유교와 유럽의 유대 그리스도교의 관습, 서구 과학의 발생, 유럽의 중상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생, 영국의 석탄 보유와 결부된 산림 벌채 등 직접적인 요소들의 배후에 ‘최적 분열 원칙’이 있다. 분열된 유럽을 박해받는 개혁자에게 피난처와 그 외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각 나라 사이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기술, 과학, 자본주의의 진보를 육성했지만, 통합된 중국은 그러지 못했다. 즉 혁신은 분열이 최적에서 중간 정도에 머문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지나치게 통합되었거나 너무 분열된 사회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3. 왜 미국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는 부유한데 파라과이나 말리같은 나라는 가난한가? 경제적 불평등이 부분적으로 인간 제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남한과 북한, 서독과 동독,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이티, 이스라엘과 아랍 주변국들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환경을 가졌음에도 제도의 차이로 인해서 경제적인 불평등이 나타난다. 

 

  • 일본인의 조상은 한민족인가? 오늘날의 일본인은 2400년전 한반도에서 대량으로 이주한 한민족의 후예이며 일본어는 한반도에서 통용되던 고구려어가 변화된 것이다.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오늘의 남북한에서 쓰는 말은 고구려어보다 신라어 쪽에 가깝다고 말한다.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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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어크로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과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서로 상충되는 가치이다. 여성이나 이주민,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 범람하고 있는 한국적인 현실에서 어떤 대처들이 가능할지 저자는 다양한 주장과 논의를 펼쳐 나간다.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들이 보수기독교 단체들에 의해서 반대를 겪고 있는 상황속에서 어떻게 혐오가 아니라 공존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해준다. 혐오표현금지법이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먼저 혐오와 차별의 현실에 무감각한 이시대의 많은 이들로 하여금 한국의 현실을 깨닫게 해주어서 혐오의 시도에 함께 맞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나의 말이 혐오와 차별의  칼날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혐오는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24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다. 31

 

 

혐오의 피라미드 : 편견 -> 혐오표현 -> 차별 -> 증오범죄 -> 집단학살 84

 

“증오범죄란 장애, 인종, 종교, 성적 지향, 성별, 성별정체성 등에 근거한 적대 또는 편견이 동기가된 범죄를 뜻한다.” 93

 

혐오표현에 대한 미국식 접근은 혐오표현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그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더 적은 표현이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이 최고의 복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 미국식 접근은 대통령이 수시로 차별금지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 차별금지법이 각종 차별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대학과 기업이 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표현에 관해서는 어떠한 내용 규제도 일관되게 불허하는 미국 사회의 맥락에서나 유효하다. 141

 

유럽식이 규제 찬성론이라면 미국식은 규제 반대론의 입장이다. 

 

“혐오표현에 대한 개입은 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표현이 혐오펴현을 격퇴시킬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개입’이다.” 151

 

“혐오표현에 대한 금지, 처벌이 한편으로는 국가가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신호를 소수자들에게 보냄으로써 그들을 안심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를 향해 혐오표현을 관용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정체성과 사회적 가치를 확인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혐오표현금지법은 “공적 선언”으로서 “상징적 가치”를 갖는다.” 154

 

“증오범죄자들은 흑인, 여성, 성소수자를 고립시키고 배제하려고 한다. 이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은 차별과 배제를 획책하는 이들을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몫이기도 하지만 법과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며,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가 일관되게 견지해야할 입장이기도 하다.” 201

 

메갈리아는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뒤바뀐 상황을 그린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따온 말이다.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 그 기원을 두고 있어 ‘메+갈리아’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갈리아에 올라오는 글들은 ‘미러링mirroring’이라고 불린다. 미러링은 거울로 비추는 것이다. 여성혐오적인 말을 성별을 바꾸어 거울로 비추듯이 뒤집어 보여주는 것이다. ‘김치녀’에 대항하여 ‘한남충’이라고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러링은 단순히 여성혐오적인 단어에 대칭되는 남성혐오적인 단어를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혐오적인 말들이 여성차별을 재생산하고 악화시키고 있으며 그것이 심각한 문제임을 극적으로 보여주어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는 것이 미러링의 전략적인 목표다. …. 메갈리아가 여성혐오발화를 ‘아카이빙archiving’함으로써 남초 커뮤니티가 평온하게 여성혐오담론을 재생산하는 것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지적(권김현영)도 주목해볼 만하다. 20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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