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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작년 11월 죠이 월간지에 반값 등록금 사태와 관련되어서 실은 원고의 전문입니다.

 

반값등록금 사태와 관련해서

  박기모 간사

본인는 80년대말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의 마지막인 89학번이다. 이때는 한창 캠퍼스에서 이념투쟁을 하며 데모를 하던 시기였다. 학기초만 되면 캠퍼스에는 최루탄이 난무하고, 수업은 데모 때문에 동맹휴업을 하기 일쑤였고 캠퍼스 주위에 소위 닭장차들이 수십대씩 줄지어 있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이당시 나는 데모나 휴업에 찬성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단순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둘째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념투쟁에 대해서 전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1학년때는 학과 동기들이 모두 동맹휴업을 한다고 했을 때 수업을 들어갔었다. 100여명이 듣는 물리학 강의시간에 단 3명의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왔었고, 그나마 나머지 둘은 밖에서 동기들의 눈총에 못이겨 수업도중에 나갔고, 나홀로 교수님과 수업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그때 욕도 많이 먹었다.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캠퍼스에서는 더 이상 이념 투쟁은 찾아볼 수 없다. 운동권의 학생회가 있더라도 이런 이슈로는 학생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나마 학생들의 당장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만 조금 반응을 보일뿐이다.

본인은 이렇게 캠퍼스를 다녔고 1998년 이후로는 캠퍼스의 간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섬기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서 학생들의 삶은 여러 가지로 팍팍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90년대 초까지만해도 졸업하면 취업을 골라서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기말이 되면 학과 사무실에는 취업관련 전단이 붙어있었고 그래서 원하는 기업의 원서를 받아서 제출하면 어렵지 않게 취업을 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 신입생들도 취업을 고민하며 캠퍼스의 낭만이라는 것을 누릴 여유가 없다. 취업을 위해서 좀더 나은 스펙을 쌓기 위해 학점을 관리하고, 계절 학기를 듣고, 영어 학원을 다니고 인턴을 준비한다. 누구도 이러한 사회의 요구에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개인적인 기억에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방학기간동안 조금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 얼추 등록금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것 안하고 알바만 해도 등록금은커녕 생활비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로 대학진학률의 증가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198022.6%에서 2008년에는 83.8%, 전체 학령인구 가운데 대학 재학 비율을 나타내는 취학률은 같은 기간 11.2%에서 70.5%로 급상승했다. 재적생 기준으로는 전문대 학생 수가 같은 기간 16.5만명에서 77.2만명으로, 대학생 수는 41.2만명에서 212.9만명으로 급증했다. 또 정부의 대학설립 자율화 바람에 편승해 대학 수도 같은 기간 96개교에서 197개교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문대 수도 같은 기간 128개교에서 147개교로 늘어났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학구열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90년대를 거치면서 대학설립인가가 완화되면서 무분별하게 많은 사립대학들이 생겨났고,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 대학은 지성의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불리웠지만 이제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우골탑(牛骨塔)’ 내지는 입시학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두 번째로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 비율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전체 수입의 20%에 불과한 반면 하버드대재단의 기금운용수입금이 3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정부 지원(15%)과 기부금(7%) 수입 등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의 경우도 총수입 가운데 학생 납부금(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8.2%에 불과한 반면 의료수입(17.0%)와 자산매각 수입(15.9%), 자산운용수입(9.5%), 기부금 수입(6.9%), 보조금 수입(7.2%) 등 다양한 수입원을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립대 전체 교비회계의 총수입 가운데 약 68% 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입금 수입이 6%, 기부금 수입이 3% 정도에 불과한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대학 재정의 2/3 가량을 등록금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추세를 보더라도 총수입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반면 재단전입금 수입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립대학들은 2004년 이후 매년 전체 운영지출 예산의 10%가 넘는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사립대들은 교육부령에 따라 예산 혹은 추경 예산에 없는 적립금은 쌓을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언론의 추적조사에 따르면 사립대 적립금의 거의 대부분이 교육부령을 무시하고 적립금을 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금을 마구잡이로 걷어들인 뒤 남는 돈을 학생들의 학비 감면 혜택 등으로 돌리지는 않고 각종 명목으로 적립금으로 쌓아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년 물가 상승이나 재정 부족 등을 호소하며 등록금을 가파르게 인상해온 것이다.

바로 이땅의 청년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고, 우리들은 바로 미래를 꿈꿔야할 시기에 꿈을 잃어버린 청년들을 대상으로 캠퍼스 사역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신앙의 성장, 인격의 성숙,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미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전에는 방학에는 가능하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고 훈련을 받는데 힘쓰라고 강권하며 이야기했지만, 당장의 생존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학생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금 여유가 있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등록금을 부모님들이 마련해주지만, 또 많은 학생들은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하는 상황이어서 졸업과 동시에 수천만원의 부채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최근에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책의 중요 내용은 아파도 참고 이겨내란 이야기인데, 청년의 때에 어려움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아프면 왜 참아야 하는가? 나이 많거나 어린 사람은 아프면 소리도 지르고 도망도 가는데, 왜 청춘들은, 청년들은 아플 때도 참고만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책의 저자나 나오는 이야기들은 소위 엘리트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소위 기득권층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현재 청년들에게 아픔을 강요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청년 대학생들의 문제를 바라보면서 청년학생단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어떤 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 아닌가 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아픈 청춘들의 문제에 귀기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반값등록금 문제는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의 반값등록금 요구가 거세지자 이 반값등록금 이야기가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심정적인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이 가시화 되었고 각각의 캠퍼스와 광화문에서는 산발적으로 적은 숫자의 대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다가 날라리 선배부대의 가세로 시위의 양상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최근 본인은 이러한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서 접하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내용을 주위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원하신다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정부나 대학이 이 문제에 좀더 전향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변화해나가도록 두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주세요.

앞서 나는 내가 대학 다닐 때 이런 시위현장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특별히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청년대학생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그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혹시 이후에 이런 시위현장에서 나를 발견하더라고 놀라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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