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어크로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과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서로 상충되는 가치이다. 여성이나 이주민,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 범람하고 있는 한국적인 현실에서 어떤 대처들이 가능할지 저자는 다양한 주장과 논의를 펼쳐 나간다.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들이 보수기독교 단체들에 의해서 반대를 겪고 있는 상황속에서 어떻게 혐오가 아니라 공존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해준다. 혐오표현금지법이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먼저 혐오와 차별의 현실에 무감각한 이시대의 많은 이들로 하여금 한국의 현실을 깨닫게 해주어서 혐오의 시도에 함께 맞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나의 말이 혐오와 차별의 칼날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혐오는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24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다. 31
혐오의 피라미드 : 편견 -> 혐오표현 -> 차별 -> 증오범죄 -> 집단학살 84
“증오범죄란 장애, 인종, 종교, 성적 지향, 성별, 성별정체성 등에 근거한 적대 또는 편견이 동기가된 범죄를 뜻한다.” 93
혐오표현에 대한 미국식 접근은 혐오표현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그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더 적은 표현이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이 최고의 복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 미국식 접근은 대통령이 수시로 차별금지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 차별금지법이 각종 차별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대학과 기업이 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표현에 관해서는 어떠한 내용 규제도 일관되게 불허하는 미국 사회의 맥락에서나 유효하다. 141
유럽식이 규제 찬성론이라면 미국식은 규제 반대론의 입장이다.
“혐오표현에 대한 개입은 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표현이 혐오펴현을 격퇴시킬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개입’이다.” 151
“혐오표현에 대한 금지, 처벌이 한편으로는 국가가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신호를 소수자들에게 보냄으로써 그들을 안심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를 향해 혐오표현을 관용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정체성과 사회적 가치를 확인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혐오표현금지법은 “공적 선언”으로서 “상징적 가치”를 갖는다.” 154
“증오범죄자들은 흑인, 여성, 성소수자를 고립시키고 배제하려고 한다. 이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은 차별과 배제를 획책하는 이들을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몫이기도 하지만 법과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며,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가 일관되게 견지해야할 입장이기도 하다.” 201
메갈리아는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뒤바뀐 상황을 그린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따온 말이다.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 그 기원을 두고 있어 ‘메+갈리아’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갈리아에 올라오는 글들은 ‘미러링mirroring’이라고 불린다. 미러링은 거울로 비추는 것이다. 여성혐오적인 말을 성별을 바꾸어 거울로 비추듯이 뒤집어 보여주는 것이다. ‘김치녀’에 대항하여 ‘한남충’이라고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러링은 단순히 여성혐오적인 단어에 대칭되는 남성혐오적인 단어를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혐오적인 말들이 여성차별을 재생산하고 악화시키고 있으며 그것이 심각한 문제임을 극적으로 보여주어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는 것이 미러링의 전략적인 목표다. …. 메갈리아가 여성혐오발화를 ‘아카이빙archiving’함으로써 남초 커뮤니티가 평온하게 여성혐오담론을 재생산하는 것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지적(권김현영)도 주목해볼 만하다. 20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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