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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가고 설계가 온다(이재신, 겨울나무)

 

 

평소 관심있는 주제의 책이어서 단번에 읽어내려갔다. 저자는 지적설계론을 진화론을 대체할 중요한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이론또한 작업가설임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창조론 vs 진화론”의 프레임은 “신앙 vs 과학”으로 대치된다. 하지만 여기에 방법론적 자연주의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과학이 객관적이라고 믿지만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것은 존재할 수 없고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이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다윈의 진화론이 기존의 창조론을 붕괴시켰다면 20세기 후반 분자 생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정보가 해독되면서 도리어 이 정보를 가진 단백질 합성이 우연히 일어났다는 것이 도리어 비과학적이게 되면서 지적 설계론이 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어떤 유물론적이고 자연주의적 설명도 생명의 기원이나 캄브리아기 폭박의 문제를 설명하는데 실패한 반면 지적설계는 이를 설계자가 의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절대자의 존재를 상정하기에 지적설계론을 과학이 아니라 종교다라고 말하지만 혹시 미래에 특정화된 정보나 메커니즘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생명의 기원이 설명된다면 지적설계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유일한 원인이라는 자격을 상실할 것이기에 반증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진화냐? 혹은 설계냐? 여전히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작업가설이기에 선제적인 전제나 선입견 없이 자연의 증거가 우리를 이끌어 가는대로 나아가면서 무엇이 더욱 받아들일만한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우 복잡하고 오래된 논쟁의 내용을 저자는 매우 중요한 핵심만을 짚으며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적설계에 대한 흐름을 알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 이론이 자연을 관찰하여 얻어진 객관적인 증거에 철저히 기초하여 형성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특히 생명의 기원과 진화와 같이 생명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종교적 함의를 가진 문제들의 경우에는 각 개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생관 또는 세계관은 다양한 형태로 과학자들이 관찰된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오래 전 과거 생명의 역사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실험실에서 직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과거 생명의 역사에게 무슨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올바로  추론하기 위해서는 신념을 증거로부터 분리하여 철저히 객관적 증거와 자료에 기초한 합리적 추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6)

다윈이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서 말한 자연 선택은 타 개체에 비하여 자연의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형질을 가진 개체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우월한 형질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수함으로써 종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는 개념이다. 그가 본래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자연선택의 개념은 우리에게 설계자 없는 설계를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930-40년대에는 신다윈주의이론이 등장했는데 이는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여 시간에 따른 소규모 변이와 돌연변이의 축적이 결국 대규모의 형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면서 등장한 이론이 화학진화론이다. 이는 오파린의 가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원시 대기상태에 산소가 없었던 환원성 대기에서 화학반응에 의해서 생명체의 핵심 물질인 단백질에서 원시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캄브리아기 폭발로 알려진 화석 기록과  20세기 후반에 들면서 분자생물학이 발달되면서 도리어 진화에 의한 생명의 창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다시금 지적설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적설계론은 생명체 내의 많은 정교한 현상들을 방향성 없고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과정이 아닌 지적 원인에 의해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는 논거에 기초하고 있다. 

마이클 비히는 자신의 책 ‘다윈의 블랙박스’를 통해서 박테리아 편모와 같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들 중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을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이라고 명명했다. 윌리엄 뎀스키는 이른 ‘설계 추론’에서 특성화된 복잡성(specified complexity)”으로 발전시켰다. 

작동과학에서는 귀납법적 추론 방법(중력의 법칙의 적용, 현재에 재연 가능)을 사용하지만 역사과학의 경우에는 귀추적 추론 방법(화산재가 있으면 화산 폭발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추론)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현대의 진화론이 당면한, 해결해야할 질문들(126)

반증가능성 / 방법론적 자연주의 / 작업가설 / 과학의 객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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