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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천관율*정한울, 시사IN북)

 

 

 

2017년 11월 26일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한 남성이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고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결국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었다. 정확한 물증 없이도 피해 여성의 증언만으로 징역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을 보면서 20대 남성들은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리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강화해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20대 남녀 간에 대통령 지지율 격차가 20%이상 벌어진 결과를 보였다.(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이러한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 여러 가설들을 세웠지만 본인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겠다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대대적인 설문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2019년 시사인에서 실시한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의 비율이 25.9%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페미니즘에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20대 남성들이 바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에서는 90년생의 특징을 ‘간단, 재미, 정직’으로 표현했다. 정직이라고 표현된 이 특징은 공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중에  25.9%에 해당하는 남자들의 집단은 초⦁중⦁고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에서는 여성들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취업 이후 업무능력과 사회생활에서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더 유능하다고 여긴다. 이 과정에서 취업 시에 여성들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취업시 여성 할당 정책은 불의와 불공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4명중에 1명에 해당하는 20대 남자들의 이러한 반페미니즘 정서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하는 입장에 잇닿아 있고 이는 젊은 남성들이 극우로 편향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본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좀더 자세하고 보도록 하자. 

 

1장.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천관율)

20대 남자 집단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유난히 낮았던 집단이다. 이 현상의 원인과 정체를 고민하던 중 어떠한 가설(보수화 가설, 공정 세대 가설, 시험 공화국 가설, 반페미니즘 가설, 여성 혐오 가설, 세대 갈등 가설)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아서 이를 직접 설문으로 물어보기로 했고 그 여론 조사의 결과가 이것이다. 그래서 2019년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19세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20대 남녀 500명, 그외 연령대의 성인 남녀 500명에게 208개의 질문을 직접 물어본 것이다. 

 

"여성 차별 문제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20대 남자 중 60.8%가 심각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는 30대 이상의 남자들의 응답, 59.8%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큰 차이는 다음 질문에서 드러난다. 

 

“남성 차별 문제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20대 남자는 68.7% 심각하다라고 말한 반면 30세 이상 남자는 35.7%, 20대 여자는 38.6%, 30대 이상 여자는 22.8%만이 심각하다라고 말해서 그 격차는 급격히 벌어진다. 

 

“남녀 간에 취업 기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다수인 반면에 20대 남자들의 경우 공정한 편이다가 45.9%이고 도리어 남성에게 불리하다가 29.2%, 여성에게 불리하다가 16.9%로 역전된다. 마찬가지로 “남녀 간에 승진-승급 기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20대 남자를 제외하고 여성에게 불리하다라고 대답한 반면에 20대 남자들은 공정한 편이다라는 응답이 41.5%에 달하고 남성에게 불리하다라는 응답도 16.8%에 달한다. 

 

연애와 결혼이 ‘여성에게 더 유리한 게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표 1-3-5) 20대 여성은 9.7% 동의한데 반하여 20대 남성은 66.3%가 동의한다. 20대 남자들은 여성에 대해서 보다 결혼 문화, 게임의 규칙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20대 남자 현상의 핵심은 남성이 차별받는다는 인식이고 이 인식이 가장 두드러지게 확인되는 주제는 법 집행의 영역이었다.(표 1-4-1) 20대 여자 30.1%, 30세 이상 여자 30.2%인데 반하여 20대 남자는 여성에게 불리하다가 5.1%인데 반하여 남성에게 불리하다는 비율이 53.6%에 달한다. 이는 30세 이상 남자 26.7%에 비해서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어지는 교육제도(1-4-2), 입시 제도(1-4-3), 재산 분배(1-4-4), 소득 분배(1-4-5)의 항목에 대해서 모두 튀는 결과를 보여준다. 분노의 핵심은 남성 차별이고 이 핵심은 게임의 법칙이 왜곡되어 있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대 남자들의 경우 압도적으로 정부의 양성 평등 정책에 대해서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75.7%에 이른다. 게임의 법칙을 주관하는 권력인 정부에 대해서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서도 나타난다. 20대 여자는 대통령이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32.7%인데 20대 남자는 62.9%이다. 남녀 간 취업 후 업무 능력을 묻는 질문에서 '남성이 대체로 뛰어난 것 같다’라는 항목에 대해서 20대 남자는 43.8%, 20대 여자는 11.6%로 그 간극이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20대 남자들의 주적으로 떠오른 대상은 바로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의 정의를 묻는 질문,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와 기회 부여를 이루려는 운동이다’라는 사전적 정의를 묻는 질문(표 1-7-1)에 대해서도 20대 남자들은 62.3%가 동의안함을 표시했다. ‘페미니즘은 남녀 평등보다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한다’라는 질문(표 1-7-2)에 대해서 20대 남자는 78.9%가 동의했다. 이들은 페미니즘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페미니즘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20대 남자의 ‘마이너리티 정체성’과 페미니즘의 연관성을 옅볼 수 있다.

 

 

복지대 성장, 시장 개방,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을 통해서 20대 남자가 유별나게 보수화되었다는  의견은 들어맞지 않는다. 20대 남자의 여론이 일관되게 유일하고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바로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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