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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

 

 

 

이 책을 접하게된 계기는 혐오와 배제가 난무하는 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였다. 저자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의 전문가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바로 아픔을 길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세월호 참사, 동성애자들과 트렌스 젠더와 관련된 한국적인 상황에서 사회역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상처나 아픔, 질병, 트라우마는 결코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해서는 안되고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이렇게 나아가기 위해서 현재의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그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지금 이 책을 읽는 시점은 코로나19가 대한민국과 전세계를 강타하여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 시점이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진단을 해내고 있고 부족한 마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는 공적 마스크 제도를 고안해 냈다. 긴급재난문자가 해당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국가재난사태에 해당하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 정부의 이러한 적극적인 대처는 과거의 실패의 경험, 아픔(세월호, 메르스, 사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위험이 상존하는 이 시대 속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더욱 다양하게 연결되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사회역학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 시카고 폭염(1995년) 사태(24),

  • 낙태금지법 시행(1966년)후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일(32)

  • 바커 가설(절약형질가설) : 태아기의 영양 결핍이 성인기 당뇨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것은 태아 입장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임(43)

  • 가난한 몸을 다루던 해부학 지식의 오류(53)

  •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 :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 학교, 직장, 지역사회와 같은 공동체의 특성에서 찾는 연구, ‘원인의 원인’을 탐구하는 연구가 진행을 통해 ‘사회역학’이 탄생함(58-60)

  •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했던 나라와 돈을 다른 곳에서 빌렸던 나라의 결핵 사망률의 변화?,  효율성의 지나친 강조가 공공의료 시스템가 사회안전망을 약화시켰다.(68-70)

  • 전쟁포로보다 더 아팠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88)

  • 스웨덴의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93)

  •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정책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다.”(102)

  • ‘링 위에 올라가는 방법’, 데이터가 없다면 역학자는 링 위에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역학자가 적절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사움이 진행되는 링 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109)

  •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레이온 기계가 일본-한국-중국-북한으로 옮겨짐.(112), 글로벌 기업의 위험의 외주화

  • “한국 사회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한 사람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잔인한 논리로 운영되고 있다.(124)

  •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160)

  •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보상-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176)

  •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189)

  •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216)

  • 제인 엘리엇의 실험, ‘나누어진 교실’ : 초등학교 3학년 백인 아이들 28명을 대상으로 한 차별 실험.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에 대해 더욱 조심할 줄 알았다.(232)

  • 1979년 리사 버크먼, 최초의 코호트 연구 : 사회적으로 연결될 수록 더 오래 산다.(256) / 사회적 관계가 감기 위험을 줄인다.

  • 총기로 무장하면 우리는 안전해질 수 있을까?(269)

  •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란 무엇인가?(281)(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시스템을 믿고 따랐기에 사망한 것이다. 당시 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전주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포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 로세토 마을의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에 대한 연구(288),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로세토 마을이 미국화되기 시작하자 심장병 사망률은 같은 비율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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